혈액암은 인체의 혈액 생성 및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세포들에 이상이 생기며 발생하는 암 질환으로, 일반적인 고형암과 달리 뚜렷한 종괴 없이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은 가장 잘 알려진 주요 혈액암 종류로, 각기 다른 병태 생리와 증상을 보이며 치료 접근법 또한 상이합니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혈액암의 상세한 증상, 진단, 그리고 최신 치료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환자 및 가족이 보다 효과적인 치료 선택과 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1. 백혈병: 유형별 특성과 치료 전략의 진화
백혈병은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골수에서 과도하게 증식하여 정상 혈액세포의 기능을 방해하는 질환입니다. 혈액암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형태이며, 세부적으로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로 구분됩니다. 이들 각각은 세포 기원과 진행 속도, 예후가 모두 다르며, 진단과 치료 전략도 맞춤화되어야 합니다.
급성 백혈병은 빠른 속도로 증식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 개입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빈혈에 의한 피로감, 잇몸 출혈, 멍, 발열, 감염, 체중 감소, 관절통 등이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뇌신경 침범으로 인한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진단은 말초혈액 검사 및 골수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세포면역표현형 분석과 염색체 검사, 유전자 변이 검사 등을 통해 세부 아형을 결정하고 이에 따른 치료방향을 설정합니다.
치료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뉩니다:
- 관해 유도요법 (Induction): 암세포를 빠르게 제거하고 혈액 수치를 정상화시키는 초기 치료. 급성 백혈병에서 고강도 항암제가 사용되며, 심한 골수억제로 인한 감염 및 출혈에 주의해야 합니다.
- 공고 요법 (Consolidation): 관해 후 잔존 암세포 제거를 목표로 하는 치료. 고용량 항암제나 표적치료제가 투입됩니다.
- 유지 요법 (Maintenance):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적인 저용량 치료.
만성 백혈병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며, 특히 CML은 BCR-ABL 유전자 융합이라는 특정 변이를 타겟으로 한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가 등장하면서 예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완전 분자학적 반응을 보이며, 장기 복용을 통해 사실상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CAR-T 세포치료, 이중특이성 항체, 유전자 편집 치료(CRISPR 기반) 등의 첨단 치료법이 임상시험을 통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기존 항암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 림프종: 다양성과 복잡성을 갖춘 림프계 암
림프종은 림프계 조직, 즉 림프절, 비장, 흉선, 골수 등에서 기원하는 암으로,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호지킨 림프종(Hodgkin Lymphoma, HL)과 비호지킨 림프종(Non-Hodgkin Lymphoma, NHL)으로 나뉘며, 이 중 비호지킨 림프종이 전체 림프종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들은 다시 수십 가지 세부 아형으로 나뉘며, 각기 다른 치료 전략을 필요로 합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림프절 비대이며, 통증 없는 림프절 종창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서 발견됩니다. 이 외에도 미열, 야간 발한, 체중 감소 등 전신증상이 나타나며, ‘B 증상’이라고 불립니다. 흉부나 복부에 종양이 있을 경우에는 호흡곤란이나 복부 팽만 등의 국소 증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단은 조직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PET-CT를 통한 병기 설정과 예후 인자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비호지킨 림프종은 저등급(Indolent)과 고등급(Aggressive)으로 나뉘며, 저등급은 진행 속도가 느려 경과관찰만으로도 수년간 유지될 수 있는 반면, 고등급 림프종은 빠른 치료가 요구되며 생존율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치료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호지킨 림프종: ABVD, BEACOPP와 같은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이며, 완치율이 높아 조기 치료 시 5년 생존율이 90%에 이릅니다.
- 비호지킨 림프종: CHOP 병합 요법, 리툭시맙 등의 단클론항체, 새로운 면역조절제와 표적치료제가 병용됩니다.
- CAR-T 세포치료: CD19 양성 B세포 림프종에서 FDA 및 국내 식약처 승인을 받은 치료로, 재발성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입니다.
- 자가 및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재발이나 고위험군에서 장기 생존을 위해 적극 고려되며, 고용량 항암 후 회복력 향상에 기여합니다.
림프종은 아형이 매우 다양하고, 같은 병기라도 반응도가 다르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합니다.
3. 다발골수종: 면역세포 이상으로 인한 전신 질환
다발골수종은 혈장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뼈, 신장, 면역체계 등 다양한 기관에 손상을 주는 질환입니다. 주로 60세 이상에서 발생하며, 최근 고령화 사회의 영향으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질환명에서 알 수 있듯, 여러 곳에 병변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뼈 통증: 척추, 갈비뼈, 골반 등에 통증이 발생하며, 병적 골절도 흔합니다.
- 빈혈: 골수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
- 신장 기능 저하: 단백뇨, 신부전 증상
- 고칼슘혈증: 구토, 혼란, 탈수, 심장 부정맥
- 반복 감염: 면역 기능 저하로 인한 폐렴, 패혈증 등
진단은 혈액검사(M 단백 측정), 요검사(Bence-Jones protein), 골수 생검, 영상검사(PET-CT, 전신 MRI)를 통해 이루어지며, 국제병기 시스템(R-ISS)을 기준으로 환자 위험도를 분류합니다.
치료 전략은 다음과 같이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 3제 병합요법 (VRd, VTD 등): 보르테조밉 + 레날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조합으로 초기 치료
-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젊고 건강한 환자에게 적극 권장되며, 장기 관해를 유도합니다.
- 면역조절제(IMiDs): 레날리도마이드, 포말리도마이드 등은 장기 유지요법으로 사용됨
- 프로테아좀 억제제(PI): 보르테조밉, 카르필조밉 등은 세포 사멸 유도
- CAR-T 세포치료: BCMA를 타겟으로 한 면역세포 치료로, 기존 치료 실패 환자에게 효과를 보임
- 이중특이성 항체치료: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타겟하여 암세포를 공격
다발골수종은 완치보다는 지속적 관해 및 삶의 질 유지를 목표로 하는 만성 질환적 접근이 필요하며, 치료 중에도 감염 예방, 골격 보호, 영양 관리, 신장 보호 등의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결론
혈액암은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각각의 병은 고유한 증상, 병태생리, 치료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조기 발견’과 ‘정확한 아형 분류’가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다행히도 최근 수년 사이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세포치료 등의 발전으로 생존율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희귀질환에서 ‘치료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환자와 가족은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치료 옵션을 숙지하며,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암이지만, 이해하고 대처하면 극복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혈액암,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정보로 무장해 나아갈 때입니다.